살아 있다고…

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.

평생 얼굴을 못 보고 지내도 그들이 어딘가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그렇게.

양희은의 백구를 좋아했는데.

초코렛은 역시 가나초코렛이라고 말했던 사람이었는데.

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,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. 추억들이 떠오르면 결코 내 그릇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일에 또 울컥한다.

늘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던 사람.

스누피가 여기저기 박힌 바지를 입은 모습에 멋있다 칭찬했더니 오늘 좀 꾸미고 나왔어 하며 웃음 짓던 귀여운 사람.

그저 조금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나,

남겨진 가족과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.

그들의 슬픔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.

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.

그것을 함께 느끼는 것이 너무 두렵다.

홀연 그 시커먼 구덩이 속으로 내 심장이 빠져들라 치면. 내 정신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곳에서 뛰쳐나오려 찰나의 기력을 온 머리로 모은다.

실패하면. 피가 고인 가슴이 눈물을 받는다.

9년이다. 그러고 보니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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